주갤 공돌이 선배...눙물 나면서 읽었다
먼 산언저리에 걸터앉은 잿빛 구름을 보며 출근하고, 밤하늘의 별을 잠깐보다 퇴근길에 회식 마치고 들어오는 생활을 반복하면서 목구멍으로 유난히 뜨겁게 역류하는 불덩어리에 답답한 마음을 감출 길 없어 몇 년 먼저 취업한 선배로서, 연봉 5~6천이라고 하면 환장하고 덥석 물 어리석은 취업 준비생들한테 경종을 울리고자, 이 글을 쓴다
그동안 지방 근무에 대해서 대충 X 같다는 글이 몇 차례 올라왔지만, 수박 겉핥기에 불과했을 뿐,100명 중 85명 이상이 겪는다는 그 극악의 고통에 대해 깊이 서술한 장문은 없던 것으로 생각하는 바 이렇게 글을 남긴다.
엊그제 울산을 비롯한 지방근무에 관한 글이 유난히 많이 올라오는 걸 봤다. 하지만 지금부터 논하게 될 이야기는 울산 치수의 지방 광역시가 아닌 천안/포항/구미 정도의 인구 50만 급의 그럭저럭 살만한 도시도 인구 10~20만 이하의 시군 지역 중에서도 산속/바닷가/논두렁 등에 위치한 대기업 사업소의 실태와 그 안에서 청춘을 썩혀버려야 하는 처참한 공돌이들의 인생에 관한 것이다.
일단, 본인은 서울이랑, 다른 지방에 위치한 연수원에서 1달여간의 교육을 받고, 지방의 모 공장에서 4년째 근무 중이다. 20대 후반에 합격하여 30대 초입에 접어들었지…. 연수원의 맛난 밥을 먹을 때는 몰랐다. 그것이 보육원 가기 직전 부모 손에 이끌려서 중국집에 앉아 멋도 모르고 "엄마~ 엄마랑 아빠는 왜 안 먹어?" 하면서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쳐다보는 착하고 예쁜 딸에게 먹여준 마지막 짜장면이란 사실을…. 부푼 마음으로 깨끗한 정장에 타이까지 매고 첫날 출근을 했더니 사수라는 사람이 그런다. 현장 근무 하려면 옷은 편한 복장으로, 혹은 후줄근하게 입고 다니는 편이 더 좋을 거다. 잠시 후 조금 사납게 생긴 현장 대리님이 입수 자세로, 쉰 목소리로 날 쳐다보며 물었다.
"너 볼 좀 차냐?"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신병, 뭐 잘하느냐? 고 묻는 선임들의 질문에 얼어붙은 이등병의 모습으로 돌아간 나를 느낄 수있었다. 퇴근하고 축구를 하잔다. 한참 봄이었는데도 1시간 반을 미친 듯이 뛰었다. 신입사원 환영회를 한다. 20여 명의 팀원과 횟집에 모여 술잔 돌리기가 시작된다. 모인 쪽수만큼 술을 돌리는데, 공대에서 웬만큼 먹는다고 자부하던 나인데 한 방에 훅 갔다. 시바…. 말이 좋아 소주 3병이지. 중간부터 안주 없이 2병 가까이 마셔봐. 끝나고 노래방을 가잔다. 업소는 지저분해서 거의 안 가고, bar나 가끔 가는 취향인데. 읍내의 유흥가가 밀집한 골목에 숨은 노래방에 직원들과 들어갔다. 잠시 후 아가씨……? 가 아닌 눈에 주름 자글자글한 언니? 아줌마? 몇 명이 우리 일행이 놀고 있는 방으로 들어온다. (아, 뭐야? 저 아줌마들은?)
아직도 난 그때의 문화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난 그 양반들이 그렇게 피곤하게 노는 줄은 상상도 못 했거든. 난 교대근무라서 무조건 3일을 일하고, 하루를 쉰다. 365일 중 91일을 쉰다. 설날? 추석? 클럽에서 흔드는 금요일 밤, 토요일 새벽, 교회 다니는 애들이 할렐루야~ 아멘~하는 일요일 낮, 그토록 출근하기 싫다는 월요일 아침,꽃송이 목은 말할 것도 없고. 근무 시간이면 무조건 출근이다. 주말? 공휴일? 그딴 거 없다. 주말에 놀기 좋아하는 사람? 종교활동 하는사람? 친구 예식장 가야 해요? 근무 교환이나 휴가원을 써야 가능하고 그나마 근무자를 구하지 못한다면 그냥 날려 먹는다. 내가 참석 못한 결혼식만도 몇 건인지 모른다. 입사 초기부터 약 2년여간 극도의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렸고, 특히 금요일 밤 출근이나, 토요일 밤 퇴근, 일요일 오후 출근, 월요일 아침 퇴근 등 주말이 낀 근무시간에는 거의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사방이 들과 산으로 둘러싸인 철옹성 같은 사업소….광역시에서 학교를 졸업한 나도 미칠 지경이었고, 특히 서울에서 온 동기들은 거의 정신병에 걸리기 직전인 표정들이었다. 하나, 우리는 여자가 아니다. 직장을 놓는 순간 한 방에 X 밥이 되어버린다. 울며 겨자를 단번에 마시는 심정으로 비번만 기다렸고, 주 5일 부서의 동기들은 주말을 기다렸다. 그래서 난 요즘은 어떠냐고? 마음 비웠다. 거의 체념하다시피 하니 공허하면 빼고는 별거 없다. 쉬는 요일이 불규칙해서 평일에 쉴 때는 뭐하냐고? *** 공부한다.
서울, 전주, 대전 등 친구와 후배가 있는 곳이라면 내 지갑 탈탈 털어서라도 놀고, 마시고…. 그런데도 채워지지 않는 허무함이란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특히 얼마 전 지하철 2호선에서 까무잡잡하고 키와 체격도 왜소한, 필리핀 노동자를 닮은 남자애 얼굴을 두 손으로 매만지며 사랑스러운 눈길로 쳐다보는 고아라 닮은 여자애를 보면서 - 신은 정말 있는가? 이 땅에 정의는 숨 쉬는가?! 등등 개 같은 질문을 나에게 던졌다. (답이 나올 리 없지 흐흐) 주말 저녁이나, 비번이 끝날 무렵…. 강남 센트럴 시티 터미널 내의 롯데리아에서 회사가 있는 지역으로 내려갈 고속버스를 기다리며 햄버거를 꾸역꾸역 처먹는 내 얼굴은 휴가 마치고 부대 복귀를 앞둔 이등병의 모습 이상으로 초췌했다. 그리고 버스 출발하기 5분 전, 화장실 바로 옆에서 로또를 2천 원어치씩 산다. 가끔 집에 가면 맞선 제의가 폭풍처럼 밀려오는 시즌이 있었다. 직장이 워낙 빵빵하다 보니 들어오는 여자애들도 직장은 공무원, 여교사 등등…. 근데 딱 거기까지다. 거의 결혼까지 바라보는 나이 꽉 찬 애들이거나, 때로는 동네 아가씨들 이야기도 나온다. 나도 최고급 학교는 아니지만, 그리고 월급쟁이일 뿐이지만. 이건 정말 해도 해도 한숨 푹푹 나올 정도의 학벌과 직업. 얘네는 공무원/교사보다 그나마 보이는 것은 낫다. 하지만 너희도 알잖아? 그 유명한 비주얼 = k/지성 (단, k&요금소 0) 이라는 공식 말이야.
게다가 시골 근무라고 하면 거의 100% 까인다. 여기 내려와서 여자 친구들에 버림받은 동기도 여럿 있고, 몇 년째 솔로 생활 하면서 돈만 쌓는 놈들도 수두룩하지. 진짜 학벌/성격/비주얼 어느 것 하나 손색없는 놈들이 단지 시골 오지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매년 나이만 먹어가고 있다. 그나마 몇 놈은 현실과 타협하고 동네 선생님 만나서 결혼하기도 하는데 극소수의 이야기다. 정말 회사와 집의 거리가 250 km을 넘어가는 먼 곳에 있는 애들은 견디다 못해 다른 회사 시험을 보고, 면접에 합격해서 사직서를 쓴다. 그런 사람들 없을 것 같지? 우리 부서만 2명이고, 다른 부서에서도 알게 모르게 소리소문없이 이직 준비 중이라는 첩보가 들어온다.
나는 눈이 좀 높다 치자. 울 동기 형은 여자 측 집안에서 만난 지 3번 만에 여자 측 어머니께 호출을 받은 후, 집안의 자산현황, 부모님, 출신 학교 등 온갖 조사를 당했다. 여자 측은 뭔가 탐탁지 않아 하셨다는데…. 여자애 조건 들어보니 이건 애초부터 게임이 안 되는 거지 같은 집안이더구먼. 그런데도 그런 수모를 당하고 왔다. 이 형 하는 말 - "요 동네 여자애들은 진짜 울 회사 다니는 남자 하나 물어서 아주 편하게 살려는 인식이 만연해있어. 신발" (생각해보니 울산의 경우 현대중공업 다니는 남자 잡으려는 울산 아가씨에 대한 누군가의 오버 좀 섞인 글이 떠오르네! ㅋㅋ)
우리의 인식은 옆에 있으면 좋은 사람, 없으면 정말 보고 싶은 사람과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한다. 어른들은 다르다. 너무 싫지 않으면일단 만나보고 정을 붙여라? 만날 사람이 거의 없으니 일단 얼굴 몇 번 보고, 정이 안 붙는 스타일에 노력해서 정 붙이는 거? 천하에고문도 이런 볏짚 문이 따로 없다. 옆에서 평상시에 잘 해줘서 정든 것도 아니고, 뜬금없이 맞선 보라는데 학벌 부심 대단한 일명 SKY,서강대·성대·한대, 중앙대·경희대·외국어대·시립대 등등 명문대 나와서 대한민국 최상위 대기업 다니는 너희가 간호조무사, 어린이집 교사, 협력업체 경리 애들을만나라면? 서울 한복판에서 회사 다니면 비슷한 명문대를 나온 새 끈 한 애들 만나서 사랑하고, 결혼하고 애를 2~3은 낳았을 괜찮은 놈들이 하루하루 눈가에 주름살이 늘어가는 모습을 보면 참 뭔 말이 안 나온다. 다음 문화생활? 이건 뭐 말할 것도 없다. 동네에 멀티플렉스? 그냥 상영관 1~2개짜리 오래된 극장 하나 있다. 연극? 클래식 연주? 미술 전시회? 개 짓는 소음의 dB가 사람들 떠드는 소리보다 더 큰 동네에서 뭘 기대하리? 취미를 가지라고? 거기서 젊은 사람들 만나서 친해지라고? 기타 학원에 아저씨들, 피아노 학원에는 초등학생들, 요리 학원에는 아줌마들, 교회에는 할머니들, 회사 동호회 가면 부장님, 과장님, 30대 후반 이상의 남자 선배들? 하하하 영어회화 학원? 엊그제 담화 스터디녀처럼 귀여운 애들? 응~있지.
입시를 앞둔 진짜 교복 입고 들락거리는 중학생과 고등학생들 말이야. 미성년 만나리? ㅋㅋ
하지만 나를 더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부장급 이상 간부급 직원들의 행태다. 안 봐도 훤한 상황 뻔~하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젊은 직원들에게 할 말 없으면 결혼했나? 장가 안 갔나? 묻는다. 농담조로 본사나 수도권 지사 보내주시면 합니다? 그 즉시 외면하더라. 이 새끼들은 애초에 우리를 올려보낼 생각 따위는 없는 셈이지. 더 말릴 수 없는 건 뭔지 아냐? 그 높은 사람들 집은 죄다 서울에 있다. 동부이촌동, 도곡동, *초동, **동…. 우리가 주 5일제를 지키는 회사라 금요일 회식을 안 할 것 같나? 아니다. 목요일에 회식해야, 집이 서울인 과장급 이상 고위 직원들이 금요일 저녁 땡~하면 칼퇴근해서 서울에 있는 집에 갈 수 있거든 ^^
인사 이동철 되면 읽기만 해도 울컥~하고 흘러나온 눈물이 한강 잠수교가 잠길 정도로 흘러나오는 탄원서(?) 비슷한 호소문 같은 글을 써서 인사팀으로 보낸다. 온 집안 식구가 환자요 장애인이다. 글만 읽으면 전 직원을 서울로 보내줘야 할 정도지 ㅋㅋ 근데, 그거 아냐? 어차피 올라갈 놈들은 다 정해져 있고, 서울 지사에 있는 놈들은 어떻게든 안 내려오려고 바동대며 발악한다는 것을? 짬밥 안 되는 우리 같은 놈들에게 그런 기회는 40대 중반 넘어야 기약할 수 있을지 말지 정도다. 왜냐고? 서울/경기/인천 지사 쪽의 T/O가 훨씬~씐 적거든 P. S. 공돌이의 비애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해외 파견 직원 선발 시에도 문돌이 들은 쿠알라룸푸르나 자카르타, 방콕에서 근무한다. 전화기 전공자는? 수마트라 섬 근처 어디였더라? 태국 어디? 왜 그런 곳 있잖아~ 현지 사냥꾼들과 험비 타고 엽총이랑 정글 칼 들고무당 쌍칼 춤추면서 몇 시간을 들어가야 하는 그런 곳 크크크 신발……. 더 말 안 해도 알아듣겠지? 대한민국 월급쟁이 인생이란, 250만 원만 받으면 정말 거기서 거기야. 그러니까 이 새끼들아, 돈 5~6천에 훅~해서 인생, 그것도 하루가 노년의 1년과 같은 인생의 황금기 (27~30살)를 날려 먹는 멍청한 짓을 하지 말란 거야. 너희 가장 슬픈 사실이 뭔지 아냐? 어제 익명이의 말 그대로 서울이나광역시에 남은 고향의 친구들이나 대학교 동기들이 너를 투명인간 취급한다는 것. 네가 시골에서 무엇을 해도 누구 하나 관심 없고. 뭔 일이나 모임이 있어도 너를 챙기지 않는다는 거. 유일한 구제책은 네가 그들이 머무는 땅으로 복귀하는 것뿐이라는 사실.
인구 50만 이상 동네 부근에서 사는 놈들은 그나마 감사해라.
울산 가면 죽을 것 같다고? 연천, 고성, 양양, 산청, 태안, 보성, 순천, 정선, 봉화, 광양, 당진, 해남, 청송, 하동, 삼척, 옹진, 울진 등 지도 찾아보면 정말 미치고 펄쩍 뛰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동네 엄청나게 많다. 특히 서울내 대학교 재학생/졸업생 중에서도 서울 토박이애들은 정말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서울에서 굶어 죽어라. 너희 내려오면 다혈질인 놈들은 제 성질 못 이기고 손목에 벨기에 와플 무늬 칼집 내고 인생 로그아웃 하는 수가 있어?! 나도 정말 우울증이 극에 달했던 때는 비오는 일요일 오후에 출근하면서 급커브에서 액셀 밟아서 시속 90km/h로 밟아서 가드레일 처박고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크레인 위에 올라가 목맬까? 등등 별의별 생각 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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눙물 났다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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