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죽어가는 느낌을 받는 곳
개인적으로 죽어가는 느낌을 받는 곳이 한 군데 있었다
대학교 1학년 때 1달 동안 요양원 봉사활동을 다녔는데
여기에는 중증 노인들이 대다수였다
거의 다 치매 환자고 심한 사람은 자기 혼자서 밥을 못 먹고
당연히 대소변도 혼자서는 가릴 수 없다. 요양사들이 기저귀를 입혀주고
똥오줌을 치워주고 반찬과 밥을 넘기기 쉽게 아주 잘게 부수어 숟가락에 떠 입으로 가져가야
간신히 오물오물 씹다가 넘기는 수준….
솔직히 밥 먹여주거나 거동을 거들어 주거나 각종 심부름을 하는 건 어렵지 않았는데
다 늙은 사람의 몸을 씻겨준다는 건 정말 힘들었다….
똥을 닦아주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건 요양소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했지만
샤워를 시켜주는 게 더 힘든 일이었으므로 이건 봉사활동하는 사람들도 거들어야 했다
노인 특유의 씻겨도 가지 않는 냄새와 아무리 기저귀를 갈아주고 대소변을 치워준다 해도
남아있는 냄새…. 하루 종일 누워 있으니 욕창이 생겨 나는 냄새….
이제 막 20대인 내가 거동도 제대로 못 하는 노인의 몸을 씻겨준다는 건
참 힘들다
내색은 못 했지만 속으로 정말 참고 참았다….
그렇다고 비닐장갑 좀 주세요 마스크 좀 주세요 위생복 좀 주세요
봉사활동 와서 저딴 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할머니들 씻겨주는 건 여자요양사가 한다
근데 할아버지 씻겨주는 것도 마찬가지로 여자요양사가 한다…. 물론 아줌마다
그때 당시는 좀 충격을 받았다 늙으면 수치심이고 부끄러움이고 뭐고 없는 건가….
봉사활동 하러 온 사람들에겐 성별에 맞춰 샤워를 도와주라고 했기 때문에
할머니들은 씻겨드리지 않음
할아버지들은 남자 요양자 보내줘…. 라는 자기 권리를 지키는 주장을 하지도 못한 채
그냥 여자요양사과 그리고 나에게 갓난아이처럼 몸을 맡긴다.
여기서 차이가 있다면
생명력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막 생명을 얻어 세상에 나온 아기들….
보는 사람도 행복해지고 웃음이 나온다
아기들이 사람들에게 힘이라도 주는 것처럼….
하지만 노인들은 아니다
살면서 이런 느낌을 말하고 다닌 적은 1번도 없지만
기가 빨린다는 느낌을 난 요양원에서 정말 강하게 받았다….
중증 치매 환자도 젊은 사람들은 보면
먼저 말을 걸고 웃기도 하도 질문도 많이 하고
기억이 잠시 되살아난 것처럼 자신의 가족들 얘기 옛날 얘기를 해준다
말이 많아지고 활력을 되찾고 이 지루한…. 어쩌면 죽음을 기다리는 요양소에서
젊고 생생한 사람들에게서 생명력을 원하는 것처럼….
이런 중증 치매 환자 요양소에 있는 노인들에게
뭔가를 시키면 굉장히 싫어하고 귀찮아한다….
그냥 살아만 있구나.'라고 느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무기력…. 무감각….
이 노인들도 나처럼 젊었을 때가 있었을 텐데
누구나 이렇게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봉사활동을 마무리했다….
노년의 인생설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쩌면 생각하기도 싫을 테고…?
나도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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