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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김영하 - 청춘페스티벌 - 비관적 현실주의

`,.' 2014. 10. 22.



요즘은 열심히 살아도 성공하기 힘든 세상입니다.


예전에는 열심히 살면 집고 사고 노후도 안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어요.


그러나 그건 그들이 우리보다 열심히 살았던 게 아니라 좋은 시절이었기 때문이죠


제가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우리나라는 고도의 성장을 했어요


그런 시대에는 아무도 진지하게 취업 걱정을 하지 않았어요.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도 없었지요.


하지만 요즘은? 개인이 열심히 한다고 해도 성공하기 어려워졌어요.


이런 세상에서 필요한 것은?


낙관이 아닌 비관이라고 생각합니다.


비관적 현실주의 비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거예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겁니다.


현실을 직시하되, 그 안에서 최대한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


비관적 현실주의에서 필요한 것은? 바로 건강한 개인주의


비관적 현실주의를 견지하려면 집단에 휩쓸려서는 곤란하거든요.


911테러 때 수 많은 사람이 건물 안에 남아있었다고 해요.


소방관이 올 때까지 기다린 거죠.


왜?? 다른 사람들이 그냥 앉아 있어서.


인간이 타인의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하고 이것은 진화의 산물입니다.


많은 사람이 겁에 질려서 뛴다면 같이 뛰는 것이 맞을 겁니다.


하지만 집단으로 사고 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합니다.


집단적 사고는 공포에도, 거짓 희망에도 쉽게 사로잡히게 하죠.


비관적 현실주의를 견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집단이 내게 과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죠.


많은 관객은 본인 스스로 영화를 고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그 영화를 고르도록 많은 사람이


엄청난 돈을 지급하고 있고, 여러분을 향해 메시지를 보내고 있죠.


TV 영화 소개 프로그램이나, 입소문을 듣고


집단의 일부로서 우리 돈을 써가면서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이죠.


이런 식의 것들이 휭 행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내면은 날마다 털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 남이 침범할 수 없는 내면을 갖는 것.


그 내면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타인의 삶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도입된 정신을 가지고


그 안에서 최대한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죠.


개인적 즐거움을 추구하기는 쉬워 보이지만


막상 하려고 하면 어렵습니다.


개인적 즐거움은 죄책감 없이는 달성할 수 없어요.


저만 즐거운 뭔가를 하려 할 때면 늘 부모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죠.


"어떻게 사람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니?"


그렇게 타인 지향적 윤리 속에 살다 보면 감성 근육을 잃게 됩니다.


육체 근육이 발달한 사람은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듯,


감성 근육이 발달한 사람 역시 더 많은 것을 느끼는 것에 부담이 없습니다.


잘 느끼는 사람은 남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내가 느꼈기 때문에 훨씬 더 강력하게 주장할 수 있습니다.


포도주를 전문적으로 아는 사람은 대중의 의견으로 포도주를 고르지 않고,


평생 음악을 사랑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별점을 보고 콘서트에 가지 않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알게 되면 본인의 감소에 새겨집니다.


이런 것들의 쌓여 느낌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게 되는데요.


자기 느낌의 데이터베이스가 풍부한 사람은 집단의 의견에 크게 좌우되지 않습니다


저는 여러분의 지성, 감각 그리고 경험을 통해


단단한 내면, 비관적 현실주의를 가질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의무나 도리, 다른 사람의 생각에서 벗어나서


경험으로 자기 몸의 기쁨을 아는 것.


남에게 침범당하지 않는 단단하고 견고한 내면.


우리 모두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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